강수진
밑닳은 운동화/RADAR / 2010/07/24 23:22
시즌 2백9십개의 토슈즈 사용, 하루 10시간 이상의 연습, 뼈와 관절이 변형된 그녀의 발은 이미 우리 모두를 찡하게 했던 그녀 인생의 찬란한 에피소드였다. 그러나 그 에피소드보다, 추호도 젊음을 되돌리기 싫다는 그녀의 단호함이 오늘 나에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. "마흔이 지난 지금이 난 어느 때보다 좋아요. 10대, 20대로 되돌아가는 건 생각만으로도 싫어요. 어렸을 땐 무용을 하면서도 너무 고통스러웠고 늘 고독했거든요. 인간 관계도 20대 때가 제일 끔찍했던 것 같아요." 저 단호함이 가능한 건 절대고독 그리고 자신이라는 미망과의 끊임없는 싸움으로 점철된 그녀의 젊음이었기 때문이리라. "지금도 좌절을 해요. 사람이기 때문에 그건 죽을 때까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. 단지 감정을 추스르고 그걸 넘겨내는 게 어릴 때보단 수월해졌죠. 세상을 살아간다는 걸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까요." 고개를 끄덕이며 20대의 끝자락을 보내는 중이라 말한 나에게 "30대가 되면 좋아질 거예요"라고 그녀는 위로했고, "서른 살이 되면 꼭 성대하게 서른 잔치를 하라"고 당부했다. "난 예전부터 나이 드신 분들의 느긋함과 여유를 참 좋아했어요. 그런데 그건 살아봐야만 갖게 되는 것이더라구요. 그래서 난 지금이 너무 좋고, 예순이 되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어요."
HARPER'S BAZAAR FEBRUARY 2010. 김경
